퇴근 삼십 분 전에 카톡이 왔다. 미안, 오늘 못 갈 것 같아.
처음엔 좀 그랬다. 이 날 하나 보고 일주일을 버텼는데. 그런데 지하철에서 서서 오다가 생각이 바뀌었다. 사실 나가서 사람 만나는 것도 일이잖아. 오늘은 아무한테도 안 웃어도 되는 날인 거네.
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건 불을 끈 거였다. 형광등 켜놓으면 아직 회사인 것 같아서. 대신 작년에 사놓고 침대 옆에 방치해둔 무드등을 켰다. 이거 하나 켜니까 방이 갑자기 다른 데가 됐다.
물 받는 소리를 들으면서 서랍을 뒤졌다. 언젠가 이런 날 쓰려고 사둔 배쓰밤이 있었다. 스카이파우더. 사놓고 아까워서 못 쓰고 있었는데, 오늘 안 쓰면 언제 쓰나 싶었다.
나올 때 쓴 건 한지 타월이었다. 이건 진짜 별거 아닌데 쓸 때마다 기분이 좋다. 수건이 좋으면 그 다음 십 분이 달라진다.
열한 시쯤 친구한테 카톡이 왔다. 미안하다고. 괜찮다고 했다. 진심이었다.